eve - 지옥의 징조 - 10장. Holy Water 1. 성스러운 물 1
| 21.01.27 12:00 | 조회수: 828


“준비 됐어요?”

시에나의 질문에 룸바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시작하죠.”

룸바르트는 심호흡을 했다. 그래도 긴장이 풀리지 않았다.

“나는 정말 오랜만에 해보는 거니까, 생각보다 금방 끝날지도 몰라. 서둘러야 해요.”

“걱정 마세요.”

룸바르트는 팔을 어깨만큼 올렸다. 모습은 어정쩡했지만, 호흡을 가다듬어서 정신은 멀쩡했다. 시에나와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준비한 것을 시작했다.

“에어 멤브레인!”

룸바르트는 외쳤다. 아버지 티몬 겐조의 열성으로 배우지 않은 것이 없는 룸바르트였다. 시에나의 것에 비해서는 한 없이 작았고, 얇은 막이 하늘에 반원을 그렸다. 막은 가리온의 배를 간신히 덮었다. 룸바르트는 주문을 펼치자 마자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이것만 생각해. 할 수 있어.’

헬리시타는 인카르 교단의 도시. 마법의 도시였다. 비록 흑마법에 마음을 빼앗기기는 했지만, 주문을 기억하고 있었다. 이제 시에나 차례였다. 남은 일은 시에나에게 달렸다. 시에나는 자신의 방어막을 거두었다.

“내가 혹시라도 폭주하게 되면, 바다로 떠미세요.”

시에나는 한 번 더, 룸바르트를 다짐시켰다. 물론 자신도 다짐하려는 마음이었다.

‘루앙 광장에서의 그 마법이라면!’

이윽고 시에나는 눈을 감았다. 폭풍 속에서 배는 요동쳤다. 사람들이 죽음을 부르는 소리가 귓가에서 맴돌았다. 그러나 점차 조용해졌다. 시에나는 조금씩 집중하고 있었다. 짙은 바다 냄새도 사라졌고, 몸을 휘감는 바람만 남았다. 시에나는 살며시 눈을 떴다. 어깨에 사라지지 않는 검은 흉터를 내려다 보았다.

‘폭주하지만 않으면 돼.’

시에나는 심호흡을 하고, 다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루앙 광장에서 가리온과 싸웠을 때, 마지막으로 외웠던 주문을 시작했다.

“불행을 인도하는 자 세라피여! 지옥 불보다도 뜨거운 그대의 숨을!“

에바는 주술에 빠진 시에나의 얼굴을 힐끗 보았다. 시에나는 노란 빛에 싸였다. 그 노란 빛으로부터 카랑카랑한 바람이 간지럽게 피어 오르는가 싶더니 작은 회오리로 변했다. 그리고 주위의 바람을 끌어들여 큰 회오리가 되었다. 세찬 회오리에 에바는 더 이상 시에나를 볼 수가 없었다. 활을 더 쏠 수도 없었다. 에바는 바람에 끌려들어가지 않기 위해 난간을 잡았다. 룸바르트도 바람이 끌어당기는 것을 느꼈다.

‘이대로는 안돼!’

룸바르트는 눈을 부릅떴다. 룸바르트의 약한 방어막은 바로 깨졌다.

“시에나! 정신차려!”

룸바르트는 외쳤다. 그 소리에 정신을 차렸는지, 시에나도 눈을 부릅떴다. 그리고 주문을 완성했다.

“지금 이곳에 불어넣어 불행의 온기를 충만히 채워주시기를!”

“바람을 날려 버려!”

룸바르트가 외쳤고, 회오리는 방향을 바꾸었다. 끌어들이기를 멈추고, 사악한 어둠의 힘을 분출했다. 이번에는 날아가지 않게 난간을 잡아야 했다. 시에나는 상처가 쑤시는 것을 느꼈다. 상처가 벌어지고 있었다.

“안돼!”

시에나는 항구를 향해 몸부림치듯 바람을 쏘았다. 사악한 바람의 힘은 요동치는 파도를 넘어 배가 항구를 떠나도록 도왔다. 항구에 남은 배로 따라오려던 자들이 결코 따라잡을 수 없는 거리였다.

“이제 됐어!”

룸바르트는 시에나를 붙잡아 안았다.

“아.”

시에나는 스륵 룸바르트의 품으로 쓰러졌다.

“어깨…. 어깨의 상처가….”

시에나는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

“어쩌지? 이거라도!”

룸바르트는 항상 들고 다니던 요정의 호수에서 얻은 가루를 뿌렸다. 상처는 주춤하더니 슬금슬금 다시 작고 단단해졌다.

“하아.”

룸바르트는 땀을 닦아냈다. 에바는 시에나와 룸바르트는 조용히 바라보았다.

“이제 어쩌지?”

룸바르트는 주위를 불길하게 둘러 보았다. 멀쩡한 일행은 거의 없었고, 밖은 폭우가 몰아치고 있었다. 검은 바다에는 큰 파도와 가리온의 배뿐이었다.

끼익. 끼익.

폭우에 배가 삐걱거렸다. 가리온의 일행들에게서 나는 소리 같기도 하였다. 다른 것은 없고, 고립된 상황에서 각자의 욕심에 진실해졌다.

“전 가리온님이 그런 줄 몰랐습니다. 당신은 우리를 속였습니다.”

잔바크 그레이는 가리온에게 외쳤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우리가 이렇게 고통 받는 이유가 바로 눈앞에 있는데!”

말릴 새도 없이 잔바크 그레이가 가리온에게 달려 들었다. 가리온은 무의식적으로 검을 빼어 잔바크 그레이를 막았다. 그러나 승부는 뻔했다. 가리온은 당연하게 검을 넘겼다.

“헛.”

가리온은 검을 뒤로 뺐다. 잔바크 그레이를 해칠 마음은 없었다. 그러나 잔바크 그레이는 검을 틀어 찌르려 했다. 가리온이 다시 한 번 잔바크 그레이의 검을 막으려다가 결국 피를 보고 말았다.

“윽.”

가리온이 원한 바는 아니었지만, 작은 실수조차도 크게 확대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역시 알로켄이라서 어쩔 수가 없으시군요."

잔바크 그레이는 피를 닦으며 말했다. 그는 이러한 과정이 기사로서 가장 당당한 대처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잔바크 그레이가 가리온을 따랐던 것은, 슈마트라 초이에 대한 존경의 표시였다. 그렇게 존경해왔던 기사가 사실은 트리에스테 대륙을 멸망시킬 수도 있는 알로켄이었다는 사실을 잔바크 그레이는 인정할 수 없었다. 믿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잔바크 그레인는 한 때, 아이언 테라클과 함께 야망을 키우던 사람이었다. 방법은 하나 뿐, 스스로를 위해서 알로켄 가리온을 처단하는 것 뿐이었다.

"그럽시다. 차라리 피를 봅시다. 옳은 자가 살아남겠지요!"

"이러지 말아요!"

타마라가 나섰다. 가리온이 잔바크 그레이를 죽이지 못할 것을 알고 나선 것이었다. 타마라는 가리온을 지킬 수 있다면 잔바크 그레이를 죽일 수도 있었다. 타마라에게는 가리온이 필요했다.

"오. 알로켄을 위해서 세그날레가 나서는 것인가? 이계에서 온 것들끼리는 통하나 보지? 바기족 처럼 말이야!"

잔바크 그레이는 말 끝에 캄비라 바투를 노려 보았다. 캄비라 바투는 여전히 파그노를 인질 삼아 끌고 있었다.

"나는...."

가리온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나는. 부두에서. 자네들이 나를 지켜주기 위해 싸운 줄 알았네."

"당신을 지키다니!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싸운 것뿐이오! 그렇게 적들이 밀려오는데, 어떤 사람이 가만히 당하겠소!"

파그노는 캄비라 바투에게 자칫 당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목소리를 높여 소리쳤다. 믿었던 만큼 배신감은 컸고, 가리온과의 관계를 전면 부정하는 것만이 그 동안 알로켄과 함께 했다는 죄책감을 씻게 했다. 가리온은 뭐라 말해야 알 수 없었지만, 가만히 있을 수도 없었다. 모든 것이 드러난 지금 상황에서, 솔직해질 수 밖에.

"나는 혼자 떠나려 했었네.

가리온은 본심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를 대신해서 궁지에 몰린 일행의 모습을 보았을 때, 나는 진정한 동료애를 보았다고 생각했네. 그래. 나 하나를 죽이기 위해서 그렇게 달려드는 사람들을 함께 막아준 것은 내게 감동 그 자체였네.”

“네. 우리는 죽을 뻔 했습니다.”

잔바크 그레이가 가리온의 말에 끼어들었다.

“당신 때문에 모두 죽을 뻔 했단 말입니다. 게다가 명예로운 일도 아니었습니다!”

“명예로운 일이 아니라고? 친구를 구하고 말지도 명예에 의해 결정하는가? 그게 기사들인가?”

캄비라 바투도 끼어들었다.

“바기족. 닥쳐라.”

“문제의 본질은 그런 것이 아니지 않은가? 그렇지? 가리온.”

가리온과 타마라는 캄비라 바투의 말에 주목했다.

“분명 델카도르는 자네가 제 2의 그랜드 폴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네. 그러나 자네는 그럴 생각인가?”

“무슨 쓸데없는 질문을!”

파그노였다. 그러나 주인공은 가리온이었다.

“나는 그랜드 폴을 원치 않네. 처음에는 내가 알로켄의 피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믿지 않았네. 나는 부정하려고 했지. 그리고 나 혼자만으로는 카론을 부활시킬 수도 없네.”

“그건 무슨 소리지?”

파그노가 놀라서 물었다.

“크레스포에서 들었네.”

“예언자 바루나!”

캄비라 바투가 생각난 듯 맞장구 쳤다. 가리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루나. 그는 내게 그랜드 폴이 일어나던 때의 상황을 보여주었네. 그 일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하나는 분명하네. 또 다른 중간자. 한 명이 더 필요하다고 했네.”

가리온의 말에 모두 조용해졌다.

“그래서… 내가 누군가를 만나지만 않으면…. 내가 혼자 있으면….”

“슈마트라 초이는 어떻지?”

모두 돌아보았다. 시에나를 업고 룸바르트가 서 있었다.

“시에나!”

시에나를 보자마자 타마라가 외쳤다. 캄비라 바투도 정신을 잃은 시에나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은 듯 휘청거렸다. 캄비라 바투가 틈을 보였지만, 파그노나 잔바크 그레이, 칸은 움직일 수 없었다. 룸바르트가 말한 슈마트라 초이에 관한 것이, 그들도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검성 슈마트라 초이 역시 제노아의 기사였다.

“가리온, 자네가 칼리지오 밧슈의 후손이라면 검성 슈마트라 초이도 칼리지오 밧슈의 후손 아닌가?”

“하기는…. 검성의 검에서도 하얀 빛이 뿜어져 나왔지….”

잔바크 그레이는 룸바르트의 말에 호응했다.

“그렇다면, 또 다른 중간자는 슈마트라 초이, 검성인가?”

헤이치 페드론이 한 말은 가리온도 생각하고 있던 것이었다. 그러나 가리온은 그렇다고 하고 싶지 않았다. 한 순간에, 아버지와 자신이 트리에스테 대륙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로 낙인 찍히는 것을 원치 않았다.

“나는 그의 아들이 아니다.”

“뭐?”

모두의 눈이 커졌다. 곧 누구 한 사람 빼놓을 것 없이 저마다의 의견을 달기 시작했다.

“그럴 리가 없어요.”

“아주 발악을 하는군. 그래서 당신이 알로켄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은 거요? 그러나 그 방법은 틀렸소. 당신이 검성의 아들이라는 사실은 온 제노아가 알고 있소.”

“가리온님. 당신에게서 나는 빛과 슈마트라 초이, 검성의 검에서 나오는 빛은 닮았어요.”

“엘타에서는, 듀스 마블이 죽은 줄만 알았던 슈마트라 초이를 데리고 제노아 근처 피톤성에 숨어들었다는 소문이 파다해. 거기서 카론을 불러내기 위한 의식을 거행하고 있다는 거야. 그렇다면, 왜 슈마트라 초이를 그곳으로 데려간 것이지? 슈마트라 초이를 데려가면 더 위험해질 텐데 왜 굳이 그를 데리고 갔지?”

“가리온.”

에바는 혼란스러웠다. 순식간에 여러 생각들이 교차했다. 가리온이 슈마트라 초이의 아들이 아니라면, 디에네 비노쉬의 아들이 아닐 수도 있었다.

“나도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소. 그러나 내 귀로 들었소.”

“슈마트라 초이가, 가리온 당신에게 직접 이야기했다고요?”

에바는 몸이 달았다.

“들었소. 어머니에게 이야기 하는 것을. 우연히 들었소.”

가리온은 어린 시절의 상처를 이야기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그러나 그것이 진실이었다.

‘어머니에게 하는 이야기를….’

에바는 나름대로 생각에 잠겼다.

“내가 지금 여기 모인 당신들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오. 나는 절대로 카론이, 여기 트리에스테 대륙에 부활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오.”

가리온은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트리에스테 대륙이 위험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은 가리온의 진심이었고, 다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 스스로를 내버려 두면 안되겠어요.”

타마라였다. 시에나를 돌보던 타마라는 차창 밖의 하늘을 가리켰다.

“시에나의 마법이 엄청난 일을 일으킨 것 같아요.”

가리온은 헬리시타에서 벌어졌던 일을 떠올렸다. 하늘에는 루앙 광장에서 그랬던 것처럼 검은 회오리가 몰아쳤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

캄비라 바투도 걱정스러웠다. 밖의 상황뿐 아니라,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시에나의 상황도 심상치 않아 보였다.

“배를 항구에서 떨어지게 하려고 마법을 썼는데….”

“저기! 해일이 생겼어요!”

가리온이 구한 작은 배 따위는 단숨에 삼킬 것 같은 높고 거대한 해일이 사방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그것은 자연 현상으로서는 절대로 벌어질 수 없는 일이었다.

“…. 말도 안돼….”

“….. 론도우가 노한 거야….”

어떤 이야기가 오간 것 같았지만, 누가 한 이야기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해일이 한꺼번에 가리온의 작은 배를 삼켰기 때문이었다.

입에서 짠맛이 났다. 눈을 떴지만, 따가워서 다시 감아버렸다. 콧속을 통해서 들어온 바닷물에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커억.”

가리온은 숨을 쉬고 싶었다. 고개를 들고 앞으로 기어갔다.

“커억. 커억.”

몇 번 심하게 기침을 하자, 숨을 쉴 수 있었다. 온 몸에서 힘이 빠져 나가는 것 같아 조금 쉬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잠시 후에 고약한 악취가 가리온을 괴롭혀서 쉴 수도 없었다. 가리온은 기침을 몇 번 더 했다.

“기침을 하는 걸 보니, 살아 있어.”

캄비라 바투는 가리온을 불가 옆에다 내려 놓았다.

“바기족은 별걸 다 할 줄 아는군.”

“바기족 촌락이 바다 옆에 붙어 있어서 잘 알지.”

룸바르트의 농담에 여유 있게 대답하는 캄비라 바투였다.

“그래?”

캄비라 바투는 한 번 웃고는 다시 일어섰다. 아직 일행 모두가 모인 것은 아니었다.

“몇이나 남은 거지?”

“헤이치 페드론과 시리엘? 잔바크 그레이도 없군.”

시에나와 에바, 쿠리오, 파그노와 칸이 불가 곁에 얌전히 누워 있었다. 그리고 방금 전 가리온의 자리도 생겼다.

“아직 셋이나 있군…. 룸바르트 자네, 생각보다 대단한 것 같네. 인정해야겠어.”

“그런가? 뭐, 어린 시절부터 배우지 않은 게 없어서 수영도 좀 하지. 크크.”

“자네는 가리온과 함께 갈 거지?”

룸바르트는 캄비라 바투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스러웠지만, 곧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도 마찬가지 일 것 같군.”

“역사에 바기족의 이름이 들어가는 것이, 내 소망이지.”

캄비라 바투의 말에 룸바르트는 배를 잡고 웃었다.

“그러면 자네, 이제부터 나에게 더 잘해야겠군.”

“어째서?”

캄비라 바투가 물었다.

“여기서 일단을 벗어나야 역사에 남을만한 일을 하지 않겠는가.”

“자네, 지금 그 말은?”

룸바르트의 천연덕스러운 미소가 얼굴에 가득 퍼졌다.

“그래. 나는 이곳을 잘 알고 있어.”

캄비라 바투는 주저하는 듯싶다가, 진지하게 물었다.

“그렇다면 여기는 어디지?”

“흐흐.”

룸바르트는 한참 웃다가 대답했다. 캄비라 바투를 궁금하게 만드는 것이 꽤나 즐거운 듯 했다.

“이곳에 여러 번 온 적이 있었지. 어렸을 적에는 여기가 나의 비밀 장소였어.”

“핵심만 말하게.”

“크. 급하기는. 카시미르 산맥의 동쪽 끝자락.”

룸바르트는 또박또박 조리 있게 말하고 있었지만, 캄비라 바투에게는 그 시간이 너무도 느리게 느껴졌다.

“내게는 너무도 익숙한 장소. 요정의 호수, 라네.”

“요정의 호수?”

“그래. 정확히는 요정의 호수가 아닌 해안가이지만 말이야. 저기 숲을 지나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요정의 호수가 있지.”

그리고 나서 룸바르트는 한 가지 말을 덧붙였다.

“트리에스테 대륙에서 가장 성스럽고 깨끗한, 요정의 호수가. 내 생각에는 요정의 호수, 성스러운 물이 우리를 살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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